폐기물의 혁신적 변신: 바이오가스, 탄소중립을 향한 에너지 혁명
2025.03.20
“오늘 버린 음식물 쓰레기가 내일 당신의 집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다면 어떨까요?”
우리가 매일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와 농장에서 발생하는 가축분뇨가 소중한 에너지원으로 다시 태어나는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바이오가스입니다. 지구 온도는 계속 상승하고, 화석연료의 한계가 더욱 분명해지는 요즘, 버려지던 자원에서 에너지를 얻는 바이오가스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이오연료의 일종인 바이오가스는 폐기물 처리와 친환경 에너지 생산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바이오연료는 바이오매스(농업부산물, 임산폐기물, 축산폐기물)나 음식물 쓰레기 등을 분해·발효하여 만든 연료로서, △바이오디젤 △바이오중유 △바이오에탄올 △바이오가스 △바이오항공유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전에 다뤘던 지속가능항공유(SAF)가 항공 분야의 탄소중립에 기여하듯, 바이오가스도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바이오가스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바이오가스는 혐기성 소화 과정을 통해 생산되는 혼합 기체입니다. 주로 메탄(CH₄)과 이산화탄소(CO₂)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외에도 질소(N₂), 산소(O₂), 황화수소(H₂S), 암모니아(H₂S), 물(H₂O)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표1).

바이오가스 생산 과정: 혐기성 소화
1. 가수분해(Hydrolysis)
복잡한 유기 화합물(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더 단순한 형태로 분해
2. 산 생성(Acidogenesis)
가수분해 산물이 휘발성 지방산, 알코올, 암모니아, 이산화탄소, 수소 등으로 전환
3. 아세트산 생성(Acetogenesis)
산 생성 단계의 산물이 아세트산, 수소, 이산화탄소로 변환
4. 메탄 생성(Methanogenesis)
마지막 단계에서 메탄 생성균이 아세트산, 수소, 이산화탄소를 메탄과 이산화탄소로 전환

이 과정은 특별히 설계된 소화조(바이오가스 플랜트)에서 이루어지며, 원료가 모든 단계를 거치면 발효가 완료됩니다. 각 단계에서는 서로 다른 종류의 미생물이 작용하며, 이 미생물들의 활동이 바이오가스 생산의 핵심입니다.
바이오가스 생산의 특징 중 하나는 거의 모든 유기물을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유일한 예외는 목재와 같이 리그닌이나 셀룰로오스 함량이 높은 식물성 재료입니다. 이러한 폭넓은 원료 활용성 덕분에, 바이오디젤이나 바이오에탄올과 같은 다른 바이오매스 기술에 비해 단일 작물 재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인 모르도르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바이오가스 시장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4.51%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구 증가,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글로벌 전력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바이오가스의 활용 가치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2025년 세계 전력 수요 증가율은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2024년 증가율은 4%에 달해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2025년에도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증가하는 전력 수요와 청정 에너지에 대한 시급한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바이오가스는 전력 부문의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요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폐기물에서 다방면의 에너지 솔루션으로
도시가스 공급
바이오가스는 고질화 공정(메탄을 추출하고 정제하는 과정)을 거쳐 도시가스 배관망에 직접 공급됩니다. 국내에서는 2012년부터 도시가스사업법 개정 이후 품질관리 기준을 마련해 상용화가 이뤄졌습니다. 강원도 홍천의 가축분뇨 자원화 시설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역에서 발생하는 가축분뇨를 활용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이를 도시가스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전력 및 지역난방 생산
바이오가스는 열병합발전소에서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데 활용됩니다. 서울 서남물재생센터는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로 전력을 생산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지역난방에 공급하는 에너지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수소 생산 및 연료 활용
바이오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여 수소 연료전지 차량 등에 활용하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충주 바이오그린수소 충전소는 유기성 폐기물에서 생산된 바이오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수소차 연료로 공급하는 혁신적인 시스템을 운영 중입니다. 이는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 경제로의 전환에 기여하는 중요한 시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청정 메탄올 생산
바이오가스에서 추출한 메탄으로 청정 메탄올을 생산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산된 메탄올은 선박 연료로 활용 가능하며,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친환경 해운 연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바이오가스는 단순한 폐기물 처리를 넘어 다양한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며,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에너지로서 바이오가스의 가치
바이오가스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으로서 기술적, 환경적, 경제적 이점을 두루 갖춘 자원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장점은 365일 내내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태양광과 풍력이 날씨나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것과 달리, 바이오가스는 일정하게 공급되므로 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세계바이오가스협회(WBA)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50억 톤 이상의 유기성 폐기물이 발생합니다. 이를 단순히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대신 바이오가스 생산에 활용할 경우,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를 감축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가스의 환경적 효과는 생산 과정에서도 두드러집니다. 바이오가스를 연소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은 휘발유 대비 약 3% 수준에 불과하며, 다른 바이오 연료와 비교해도 5% 수준으로 매우 낮습니다. 게다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도 농업용 비료나 산업용 가스로 재활용될 수 있어, 사실상 이산화탄소 배출이 제로(0%)에 가까운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023년 12월 31일부터 환경부의 ‘유기성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이용 촉진법’이 시행되면서 유기성 폐자원의 바이오가스 전환과 효율적 활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정부는 2026년까지 연간 5억 Nm³의 바이오가스 생산을 목표로, 유기성 폐자원 557만 톤 처리, 2,300억 원 규모의 화석연료 대체, 온실가스 100만 톤 감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2025년부터 공공 부문, 2026년부터 민간 부문에 바이오가스 생산목표제를 도입하고, 두 가지 이상의 유기성 폐자원을 함께 처리하는 통합 바이오가스화 시설 구축을 확대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한 바이오가스의 도시가스 공급 확대, 수소 생산시설 확충, 청정 메탄올 생산 등 활용처를 다변화하여 바이오가스의 경제성과 실효성을 높여갈 방침입니다.
바이오가스의 미래,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바이오가스 산업은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과 순환경제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생산 효율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위한 기술 혁신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혐기성 소화 과정의 반응성을 높이고, 바이오가스 정제 기술을 고도화하며,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화액과 같은 부산물을 효과적으로 자원화하는 기술 개발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적절한 촉매 기술 적용으로 반응 속도를 높이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며, 보다 순도 높은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효율적인 생산 공정 구축을 위한 기술 혁신과 함께 촉매 기술의 활용 범위를 넓혀 바이오가스의 활용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합니다.
현재 바이오가스 산업은 공공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투자도 필요합니다.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민간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바이오가스 시설에 대한 지역 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고, 바이오가스의 환경적·경제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바이오가스의 가치를 높이는 촉매 기술
바이오가스의 이러한 효율적 활용과 고부가가치화에 다양한 촉매 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바이오가스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니켈 촉매는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하여 메탄 함량을 높이는 데 사용됩니다. 이렇게 업그레이드된 바이오가스는 천연가스와 동등한 품질로 가스 그리드에 주입하거나 차량 연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가스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에는 수증기 개질(SMR, Steam Methane Reforming)과 건식 개질(DRM, Dry Reforming of Methane)이 있습니다(그림4). SMR은 바이오가스를 고온의 수증기와 반응시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니켈 촉매가 이 반응을 촉진합니다. DRM은 바이오가스의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직접 반응시켜 수소와 일산화탄소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이 과정에서도 니켈 또는 귀금속 촉매가 사용됩니다. 이렇게 생산된 바이오수소는 연료전지 차량, 산업용 원료, 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게 됩니다.

또한, 바이오가스에서 추출한 메탄과 이산화탄소는 구리-아연 촉매를 이용해 메탄올이나 다른 합성 연료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생산된 바이오메탄올은 기존 화석연료 기반 메탄올에 비해 탄소 배출이 현저히 낮은 청정 연료로, 특히 선박 연료나 화학 산업의 원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수소 밸류 체인 전반에서 촉매 기술의 역할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희성촉매는 전통적인 수소 생산을 위한 SMR 촉매부터 연료전지 및 수전해 촉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친환경적인 수소 생산을 지원하고, 수소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촉매 기술의 발전은 바이오가스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현재 연구 개발 중인 새로운 촉매 기술은 바이오가스의 경제성과 환경성을 더욱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수소 생산, 메탄올 합성 등 다양한 공정에서 촉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만큼, 희성촉매는 고효율·고내구성 촉매 개발을 통해 산업의 성장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겠습니다.